자캐연성

네게 주고픈 것들이 많아.

sol1324 2023. 2. 16. 23:10

 

 

용기가 이제서야 생긴 내가, 

네게 조금은 주절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천천히 네 두 귀로 들어주길 바라며.

 

미래에 기억할, 우리의 과거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겠지.

기억나려나. 우리가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이야기들. 나는 아직까지도 그 이야기들을 내 머릿속에 한가득 담아놓고 떠나보낼 생각이 없어. 네가 내게 보여주었던 수많은 장면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갈 때마다 네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온 내 마음을 꺼내 보여줄 용기가 없었기에, 그저 작은 손짓으로만 너를 담아내었지.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에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대는 것도 이제는 질렸고, 내게 보여주는 다정을 담아놓고 이걸 대체 어떻게 허공에 흩뿌려야 하나, 혼자서 고민하던 밤이 이제는 너무 길게만 느껴져서. 내가 중심에 그어놓았던 선을 한껏 넘어와버린 네가 이제는 내게 너무 크게만 느껴져서 무서웠지. 그 무서움에, 낯설기만 한 감정에 시선을 땅으로 내려 쳐다보고 있자면, 글쎄. 이게 대체 무슨 색을 가진 감정인지 알 수가 없어서 혼란스럽기만 했어.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 이제서야 이 감정에 색깔을 정해두고 입을 떼어내려니 그게 쉬울까. 너와 내가 가진 상처는 이제서야 간신히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들 앞에서 우리 둘이 옆을 나란히 하고 마주 서서 보고. 아픈 겨울이 아닌 춥고 눈이 한가득 내리는 이 겨울에, 보내줄 준비가 되었다면 나는 이제 보내려고. 너는 그럴 용기가 있냐고 내 두 눈동자로만 물었던걸 기억하려는지 모르겠다. 나는 사소한 것들을 기억해 내는게 어려운 사람이었어. 내가 어제는 뭘 먹었더라, 그것도 아니라면 어제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누군가랑 나눴더라.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텅 빈 마음에 들어차선 허공에 시선을 보내며 혼자서 보내던 그 새벽은, 대체 어떤 온도를 가지고 있더라. 무채색을 띠고 아래로만 가라앉아 끝없이 내려앉고만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너는 항상 손을 내밀어 주고 있었고. 

 

첫 만남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걸어오던 그 길을 이제서야 뒤돌아보면, 참 많은 울음이, 웃음이 묻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오른쪽과 왼쪽의 구분을 어려워하던 내게 너는 손을 내밀어 그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른쪽의 눈을 감아버리고 암흑 속으로 들어가려 발버둥 치던 내게 너는 목소리를 내어 다른 쪽의 눈을 뜨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서야 모든것을, 그래. 인정하려고. 내 마음의 색깔은 이미 정해져있었어. 많은 다정과 온기를 담아, 울음보다는 웃음을 담아, 그 위에 작고 큰 꽃들로 잔뜩 장식을 해둔 다채롭고 밝은 빛을 띠고 있는 색깔. 이런 걸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라고들 하더라. 누군가를 사랑하면 마음에 칠해질 색깔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내가 무서웠어. 그 사람이 너무도 소중해져서 또다시 내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데도 용기 한번 내지도 못하고 떠나보내버리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들만이 가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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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 내 마음의 색깔은 확실히 정해진 거구나.

우리의 캔버스에 덧칠할 하나의 색은, 그래. 꽃내음이 가득한 다채로운 색깔.

그러니, 어둠을 뚫고 살아가며 사랑할 자신이 생긴 내게

너는 어떤 색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

 

그러니, 나랑 도망가자.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네게 하고싶었던 말

 

 

부서지기 쉽던 너의 밤에,

내가 남지 않아도 아프지 않길 바랐어.

 

이제는 조금 더 욕심내서 우리의 첫 번째 페이지에서 앞으로 그려나갈 많은 미래에

너와 내 이야기가 그려지길. 우리가 함께 볼 많은 꽃들에 코를 가까이하고 한껏 웃을 수 있기를.

네게 많은 진심을 담아 보내는 내 편지가 네 마음에 잘 들어가길 바라며.

 

너를 많이 좋아해, 멍청한 내가.